[박제천] 달항아리 / 박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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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 박제천
항아리를 보면 붕어 불러들이던 된장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잡은 붕어 내보이던 투명한 달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잠자던 관항아리 생각난다
그러다 문득 비를 생각하면,
항아리 또한 비가 된다
개여울 속 하늘 속 땅 속 어느 곳이든
내가 만든 비들은 하나같이
항아리같은 추억,
항아리같은 사랑,
항아리같은 죽음을 만든다
그런 항아리 가득 볼펜을 꽂아놓고
나는 문득 비의 자서전, 항아리의 자서전을 구상한다
청개구리가 된 부처를 받아들이는 비의 일생,
살도 정도 불에게 내어주고,
사리와 뼈만 남은 부처를
그 안에 쉬게 하는 사리 항아리의 일생
그러다 문득, 붕어라고 쓰면 붕어가 뛰어 나오고
된장이라고 쓰면 된장내 구수해지는 입체 볼펜으로
항아리 하나를 그린다,
그 안에 전생의 메모리칩이 내장된
내 항아리 하나를 하늘에 띄워놓고 흥얼거린다
달아 달아 천년만년 나랑 놀던 달아
- 제5회(1997) 공초문학상 수상작.
항아리를 보면 붕어 불러들이던 된장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잡은 붕어 내보이던 투명한 달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잠자던 관항아리 생각난다
그러다 문득 비를 생각하면,
항아리 또한 비가 된다
개여울 속 하늘 속 땅 속 어느 곳이든
내가 만든 비들은 하나같이
항아리같은 추억,
항아리같은 사랑,
항아리같은 죽음을 만든다
그런 항아리 가득 볼펜을 꽂아놓고
나는 문득 비의 자서전, 항아리의 자서전을 구상한다
청개구리가 된 부처를 받아들이는 비의 일생,
살도 정도 불에게 내어주고,
사리와 뼈만 남은 부처를
그 안에 쉬게 하는 사리 항아리의 일생
그러다 문득, 붕어라고 쓰면 붕어가 뛰어 나오고
된장이라고 쓰면 된장내 구수해지는 입체 볼펜으로
항아리 하나를 그린다,
그 안에 전생의 메모리칩이 내장된
내 항아리 하나를 하늘에 띄워놓고 흥얼거린다
달아 달아 천년만년 나랑 놀던 달아
- 제5회(1997) 공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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