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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달항아리 / 박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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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1회 작성일 2024-10-06 16:34: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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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 박제천

  항아리를 보면 붕어 불러들이던 된장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잡은 붕어 내보이던 투명한 달항아리 생각난다
  항아리를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잠자던 관항아리 생각난다

  그러다 문득 비를 생각하면,
  항아리 또한 비가 된다
  개여울 속 하늘 속 땅 속 어느 곳이든
  내가 만든 비들은 하나같이
  항아리같은 추억,
  항아리같은 사랑,
  항아리같은 죽음을 만든다

  그런 항아리 가득 볼펜을 꽂아놓고
  나는 문득 비의 자서전, 항아리의 자서전을 구상한다
  청개구리가 된 부처를 받아들이는 비의 일생,
  살도 정도 불에게 내어주고,
  사리와 뼈만 남은 부처를
  그 안에 쉬게 하는 사리 항아리의 일생

  그러다 문득, 붕어라고 쓰면 붕어가 뛰어 나오고
  된장이라고 쓰면 된장내 구수해지는 입체 볼펜으로
  항아리 하나를 그린다,
  그 안에 전생의 메모리칩이 내장된
  내 항아리 하나를 하늘에 띄워놓고 흥얼거린다

  달아 달아 천년만년 나랑 놀던 달아

    - 제5회(1997) 공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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