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바람을 기다리는 일/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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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기다리는 일/정끝별
찔레와 포플러와 길과 물과 함께 있던
늘어진 버드나무 밑에 함께 기대앉던
자운영과 골풀을 쓰러뜨리며 함께 눕던
우포 물 언저리 빗방울로 맺히던
물위에 초록 기둥을 세우고
좀개구리밥꽃처럼 작은 방을 들이고
소금쟁이 지나는 길목에 덜컥 꽃을 피우고
개구리마저 튀어 오르는 물밑으로 열매를 맺고
큰물이 흔쾌히 거두어갈 때까지
빗방울이 화석이 될 때까지
늪이 물이 될 때까지
발목을 쥐고 있는
물에 뜬 사랑
눈이 머는 일
마음이 먼저 먹히는 일
먹먹한 물이 되는 일
저 갯버들 가지에 치마를 걸어놓고
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
고여 있으되 오래 썩지 않는 일
여기 중독된 불멸
- 열린시학 / 2003, 가을 / 고요아침
찔레와 포플러와 길과 물과 함께 있던
늘어진 버드나무 밑에 함께 기대앉던
자운영과 골풀을 쓰러뜨리며 함께 눕던
우포 물 언저리 빗방울로 맺히던
물위에 초록 기둥을 세우고
좀개구리밥꽃처럼 작은 방을 들이고
소금쟁이 지나는 길목에 덜컥 꽃을 피우고
개구리마저 튀어 오르는 물밑으로 열매를 맺고
큰물이 흔쾌히 거두어갈 때까지
빗방울이 화석이 될 때까지
늪이 물이 될 때까지
발목을 쥐고 있는
물에 뜬 사랑
눈이 머는 일
마음이 먼저 먹히는 일
먹먹한 물이 되는 일
저 갯버들 가지에 치마를 걸어놓고
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
고여 있으되 오래 썩지 않는 일
여기 중독된 불멸
- 열린시학 / 2003, 가을 /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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