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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졸참나무 숲에 살았네/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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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0회 작성일 2025-03-07 17:27: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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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참나무 숲에 살았네/정끝별

비가 내리었네
온종일 오리처럼 앉아 숲 보네
그렇게 허름했던 사랑의 이파리
허물어진 졸참 가지에
넘어지며 나는 가고 있네
내 나이를 모르고 둥근 하늘 아래
잎이 피네 짐처럼 피네
잎이 지네 나도 흙먼지
숲에 가득하네 세월의 붉은 새
나는 많이도 속이며 살았네
낡아 묻히면 방문치 않으리 아무도
꽃이 피리라 기약치 않으리
숲 기슭에 오리처럼 앉아 있네
비가 많이 내리네

- 자작나무 내 인생 / 세계사,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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