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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닭장 속의 닭처럼/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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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회 작성일 2025-04-06 17:11: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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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속의 닭처럼/길상호

이제는 갇혀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림자 끌고 다니다가 하루가 가면
어두운 꿈 밖에도 보초 하나 세워 두고
나는 잠에 든다, 홍도 동사무소 건너편
닭장 속의 닭처럼 울음도 잊은 지 오래
먹이에 길들여진 시간이 깨울 때까지
나는 윤기 잃은 깃털을 덮고 구석에
웅크리고 자리라, 새벽 늦게 발자국들이
나의 꿈자리를 밟고 다가와 드르럭
철문을 열기도 한다, 그때마다 옆에 누웠던
지친 그림자 하나씩 데리고 간다
이미 나는 더 빼앗길 것이 없으므로
잠꼬대처럼 뒤척이고 말뿐 깨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날은 새하얀 무정란을 품고
앓기도 하였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인지
툭툭 나의 껍질 두드려 보기도 하였다

 - 길상호,『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문학세계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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