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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낙추] 겨울 파도리/정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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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08 18:37: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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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파도리/정낙추

겨울, 파도리에는
바다는 없고 파도만 있다

바다를 둘둘 말아 자갈밭에 쫙 펴는
저, 파도
거품 가득한 생맥주 한 잔이 간절하다
하얀 갈증이 자갈 틈으로 흔적 없이 사라질 쯤
한량처럼 불어오는 소금바람
간사지 들판 한 가운데
곧게 뻗은 아스팔트길을 내달아
갈대밭을 휘젓는다
순간 솟아오르는 청둥오리 떼
저, 청둥오리처럼 한겨울에
파도리를 홀로 찾아와 운 사람이 있었다
그 울음을 달래느라 파도가 더 크게 울었지만
그는 파도가 울음을 그치기 전에 파도리를 떠났다
누구나 살다보면
낯선 곳에서 실컷 울고 싶은 날이 없으랴만
파도에 부대끼며 산 사람들도 울지 않는
파도리에서는 누구도 쉽게 울어서는 안 된다
겨울, 파도리에는
사람 대신 파도가 운다

* 파도리: 충남 태안군의 작은 어촌

- 정낙추, 『그 남자의 손』(도서출판 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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