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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소/조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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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4 13:1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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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조재도

동네 고샅에서 암소의 등을 타고 눈깔 희번덕대던 황소가 있었다

그때는 소에게도 사람처럼 복닥복닥한 신을 삼아 신기던 노인이 더러 있었다

소는 한 식구여서 한데 날이 차면 덕석을 해 입혔고
체해 음울해하면 바소로 발굽을 따주기도 하였다

열다섯 살 스무 살 난 소가 여러 마리 있었다

우리집에도 어머니와 함께 늙어온 소가 있었다

뿔이 마르고 목덜미가 가스러지고 휑뎅그렁한 눈밑에 자줏빛 눈물 자국 슨연하기만 한

그 소 팔아 아버지 병원비에 다 썼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도
나는 짐짓 못 들은 척하였다

- 『그 나라』(세계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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