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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애기똥풀이 하는 말/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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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14 14:55: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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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이 하는 말/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지금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생명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존재하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지켜보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시와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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