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빈/장석주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217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964
  • H
  • HOME

 

[장석주] 낙빈/장석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7 07:50:30 댓글 0

본문

낙빈(樂貧)/장석주

빗방울과 산사나무 열매의 붉은 빛으로
빚은 가난,
불가피하게 당신이 가난이라면
빈 쌀독의 안쪽에 고요히 들어앉은
공허도 붉다.

묵은 울음들을 쟁인 몸의 가난과
흉터가 되어 버린 가난의 흉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이 빠진 접시거나 굴러디는 먼지 따위가 뭉쳐진 것,
우연들로 이룬 해질녘의 가난이라면,
향후 오십 년 동안 굶어
뼛속 슬픔이 빠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가난이면,
가난 같은 느린 노래라면,

​-  『일요일과 나쁜 날씨』(민음사, 20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