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장옥관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793
어제
1,763
최대
3,544
전체
302,868
  • H
  • HOME

 

[장옥관] 춤/장옥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회 작성일 2025-05-02 13:39:40 댓글 0

본문

춤/장옥관

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라붙어 춤을 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다가 히히 고개 드는 바보
허공에 힘껏 내지르는 발길질 같다
저 혼자서는 저를 드러낼 수 없는
공기가 춤을 추는 것이다
소리가 있어야 드러내는 한숨처럼
돌이 있어야 물살 만드는 시냇물처럼
몸 없는 것들이 서로 기대어
춤추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할퀴는
사랑이여 불안이여
오, 내 머릿속
헛것의 춤

-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문학동네, 20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