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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2015] 감자-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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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3회 작성일 2024-09-28 09:06: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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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김인숙

​  감자밭 두둑이 실하다,
  하지 앞두고 감자 꽃을 꺾는 손끝에는
  오래 된 증산 습성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지상의 살을 쓸어 올리고 내리눌러
  북을 돋우고 꽃을 따면 구물구물 굵어지는
  땅속의 열매

  불붙은 꼬리는 중천에 떼어 두고 지난 밤 떨어진 운석이 달빛 분가루를 묻힌 채 땅 깊이 박혔다, 어둠 속에 묻혀 온몸에 눈이 생긴 남자는 깜깜한 우주의 유전자를 가졌다, 눈이 흙의 안경을 쓰고 흙냄새에 묻혀서 잠을 잔다, 잠자는 동안 몸속으로 길이 나고 길이 깊어질수록 점도 높은 별들이 태어난다

  밤하늘이 뒤꿈치를 들고 별꽃 보자기를 펼치는 시간
  온몸에 초롱초롱 눈을 달고 팽창하는
  감자가 눈을 감자 세상이 정적에 들었다

눈도 오래 무르면 거기서 싹이 나오는데
  불덩이를 품은 고랑마다
둥근 시간의 눈알이 허공의 허벅지 아래 어룽어룽 점성을 늘이는

유월 밤 우주는 감자밭이다

부딪치며 비껴가며
안팎으로 수없는 감자들이 어둠 속을 떠다니고 있다

김인숙 시인

경북문협 사무국장

구상문학관 시동인 ‘언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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