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은 아름답다-신경림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36
어제
418
최대
3,544
전체
230,259
레몬
  • H
  • HOME 레몬 추천시
추천시

 

그 길은 아름답다-신경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764회 작성일 2022-03-15 15:07:00 댓글 0

본문

그 길은 아름답다
  신경림


산벚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답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리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