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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열차-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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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61회 작성일 2022-03-25 16:02:38 댓글 0

본문

아름다운 열차
    신경림

우리는 지금 달리는 열차 속에 앉아 있는 거다.
망망한 바다가 보이는 도시에 닿기 위하여
검붉은 장미가 뒤덮은 공동묘지를 지나고 있는 거다.
차 안은 휘황한 불빛, 더러는 열띤 토론을 하고,
더러는 곤한 잠에 떨어지고,
또 더러는 달콤한 사랑에 취해서.

아니, 우리는 지금 어느 산역에 버려져 있는 거다.
요기를 위해 내려 잠시 한눈파는 사이 열차가 떠나
노숙자들이 우글거리는 대합실 한구석에서
좀체 오지 않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더러는 불안과 초조로 잠을 설치고, 또 더러는
술과 도박으로 어둠을 잊으면서.
 
아니,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기에도 지쳐 마침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열차를 만들 꿈을 키우고 있는 거다.
스스로들 열차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태우고
바닷가 도시를 지나 더 멀리 달려갈,
아예 하늘로 날아올라 전갈자리 페가수스자리까지 갈
힘차고 아름다운 열차를 만들 꿈을 키우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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