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경전 - 이덕규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82
어제
418
최대
3,544
전체
230,205
레몬
  • H
  • HOME 레몬 추천시
추천시

 

밥그릇 경전 - 이덕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775회 작성일 2021-11-02 11:14:34 댓글 0

본문

밥그릇 경전/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 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 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