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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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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05회 작성일 2021-12-07 20:38: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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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흔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꼬 들려오는 탓이다

 

 

(백석시전집, 1987년, 창비)

 

*잠풍 : '잔풍(殘風)하다', 잔잔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듯하다

*달재 : 달째, 달강어. 쑥지과에 속하는 몸길이 30cm 가량의 가늘고 긴 바닷물고기

*진장 : 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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