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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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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08회 작성일 2022-03-09 14:09: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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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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