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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경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박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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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8회 작성일 2022-01-15 22:49:41 댓글 0

본문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


친애하는 메리에게
나는 아직입니다 여기 있어요

불연속적으로 눈이 흩날립니다 눈송이는 무를 수도 없이 여기저기 가 닿고요 파쇄기 속으로 종이를 밀어 넣으면 발치에 쌓이던 희디 흰 가루들 털어도 털어도

손가락은 여전합니다
사람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입니다

녹지 않으니까
착하다고 말해도 되나요

의심이 없을 때
평범한 사람을 위해

젖은 속눈썹 끝이 조금씩 얼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극야로부터 멀어지고 싶고
장갑을 끼지 않아 손가락이 아팠습니다 나에게도 손이 있다니 나무들을 베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화가 났습니다

메리에게 답장을 씁니다
천사 혹은 기원이 있을 곳으로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눈밭에 글씨를 써도 잊혀지는 곳으로 우리가 전부여서 서로에게 끌려다니는 곳으로

눅눅한 종이뭉치를 한 움큼 쥐고 있었는데
눈을 뭉쳐 사람을 만듭니다 우리가 소원하고 희망해 온 사람

무겁고 불편한 폭설입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있어 그들의 눈을 빌립니다 그는 천 개의 눈을 가진 이가 될 것이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메리, 나는 겨우 있어요
내일과 같이 여전히



박규현_△1996년 서울 출생 △서울 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재학






'랭보의 시' 떠올리게 해…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2022년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와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응모작이 많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동시대인들의 절박한 생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고투 등이 반영돼 있었다.
본심에서는 네 분의 작품을 놓고 토론과 숙고를 거쳤다. 박서령의 ‘재수강’은 서사를 이어가며 감정을 표출하는 데 능숙했다. 그러나 편지 형식의 산문성으로부터 도약하는 힘이 부족했다. 박언주의 ‘도둑 잡기’에서는 생존과 죽음, 세계를 향한 질문들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적 이미지나 음악성을 가려버리는 설명적 진술들은 아쉬움을 키웠다. 임원묵의 ‘새와 램프’는 끊어질 듯 이어가며 이동하고 합류하는 언어 실험이 새로웠다. 그러나 언어는 평이해 가능성을 측량하기 어려웠다.

황지우 손택수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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