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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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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21회 작성일 2022-01-15 22:50: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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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달과 물고기


물고기는 내 오빠다

오빠가 물고기인줄 알면서도 내 엄마 달은 물살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눈물이 없는 달

우리가 잠든 밤마다 환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하면서 놀라고 걱정스럽게 만드는 달 말이다

이런 달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많다

물거품이 이는 곳에 가면 은빛 곡선을 가진 오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발을 핥고 있어서 젖 물릴 때가 됐다고 한다

물고기의 얼굴은 내 얼굴

우리는 형제다

물속에 잠긴 달이 운구릉을 헤적거리다 곱은다리에서 암흑 속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검은 그림자에 싸여 비틀거리는 아빠도 함께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힘이 세다.



김미경_▷1964년 제주 출생 ▷'시와몽상' 동인




 

 



시부문 심사평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개성적 시선 돋보여

2022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전국 각지에서 199명이 총 1142편의 작품을 응모하여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 속에서도 문청들의 시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 부문 199명의 응모자의 작품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는 최종 10편의 작품이 거론되었다.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들의 특징은 시의 길이가 길어지고 산문시 형태가 많았다는 점이다. 내용면에서도 현대인들의 소외와 불안, 서정성이 짙은 작품 등 다양하고 참신한 시적 경향을 선보였다.
본심에 오른 응모작 중에서 눈길을 끈 작품은 '엄마 달과 물고기', '거품공장 공장장 탁씨', '뜨겁고 흰 유언' 등 3편이었다. '거품공장 공장장 탁씨'의 경우,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으며, '구름(담배 연기)'과 '죽음'이라는 이질적인 결합이 시의 비극성을 환기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 세계가 확장되지 못한 채 관습적으로 마감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뜨겁고 흰 유언'은 '어미 개'의 죽음을 통해 어미 개가 지닌 모성의 세계와 인간 혹은 공권력이 지닌 폭력성을 포착한 작품이다. 안정적인 시적 구조와 상징을 통해 시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반면 상상력의 변용과 확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논의 끝에 '엄마 달과 물고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엄마 달과 물고기' 외에 '눈, 어슴푸레한', '오래된 서랍' 등 응모작들도 편차 없이 고른 수준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시각이 개성적이며, 시 창작에 몰입한 고투의 시간이 육화되어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인 '엄마 달과 물고기'는 모성의 부재로 인한 비극미와 더불어 '달'이라는 매개를 통해 역사인식은 물론 은유와 상징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이때의 '달'은 타자와의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고, 공동체의 의지를 추동하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어 '엄마 달과 물고기'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수상자에게는 거듭 축하를, 응모자분들께는 깊은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수열(시인), 서안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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