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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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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19회 작성일 2023-01-03 17:03: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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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요즘 뒤에 있는 것들이 좋아집니다

당신처럼, M에게도 빈티지 공간 하나 있었죠 그때 M은 무척 어렸고, M을 업었던 등은 순하고 따뜻한 조도를 갖고 있었어요 잠투정하던 M이 눈물 콧물 번진 얼굴로, 그곳에다 새근새근 잠을 기대놓으면, 달빛도 베이지색 커튼을 수직으로 드리웠죠

그거 아세요
이 세상 어린 잠들은 모두 수직이 키웠다는 거

비밀스런 달의 뒤뜰도, 사다리타고 내려오듯 위에서 아래로 점점 깨어나고, 이따금 놀다가던 천왕성도, 목련꽃 켜 둔 그녀의 뒤란까지 따라왔던 초록 이파리도, 명지바람이 업어 키웠죠 달이 지구 그림자를 컬러로 인화해 준다는 뉴스가 뛰어다니던 날, M은 쓰러진 그녀를 업고 응급실로 달리던 중이었다는데요

건초처럼 가벼워진 그녀 몸이
M의 등에서 자꾸만 아래로 흘러내렸다는데요

그동안, 들판과 벼랑마다 피는 꽃이 달랐던 것도 다 그 이유였을까요 늙은 수직은 어린 수직 위에서 온전히 잠들기 어려웠을까요 그 등에는, 당신의 위급한 잠조차 기대기 아까웠던 걸까요

의사선생님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응급실에 불안한 숨을 눕혀놓고서, 시든 파 같은 그녀 등이, 그믐달보다 어둡게 식어가는 걸 보았다는 M, 어떻게 알았는지 공중을 열고 문병 온 태양도, 가로보다는 세로의 언어로 토닥이다 가고, 달도 허공에 벽지처럼 서서 회복을 기다렸다는데요

M의 빈티지 침대는
꿈속에서, 울고 보채던 어린 벼랑을 등에 업은 채
신음하다 눈 감았고요 숨진 침대를 상여가 -어영차 수거해갔죠

우리는 따뜻한 수직의 잠을 기억하는 족속들,
M을 본 건 며칠 후였습니다

잔뜩 웅크린 어깨로, 사망진단서 팔랑이는 손을 데리고 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그 앞을 스친 버스 안에는, 흔들리는 손잡이에 오늘 태어난 졸음을 기대놓은 사람들,

사람들이 저녁마다 집으로 향하는 것은, 자신의 등 어디쯤에 있는 벼랑 하나가, 어리거나 늙은 주인들을 애타게 부르기 때문, 당신이 퇴근하는 골목이 가끔씩 캄캄한 것도, 등에 업은 아기 깰까봐 가로등도 자는 척 눈 감았기 때문이죠


김미경_-성결신학대신학과졸. 필리핀트리니티칼리지. 필리핀라살대학교대학원과정수료


 

 


시적 사유의 깊이와 상상력에 중점

책상에 쌓인 원고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삶이 팍팍한 시대에도 문학을 향한 열기는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시적 사유의 깊이와 시적 구성, 상상력의 폭과 넓이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그중에 광합성 야구 , 서부 우회도로 , 기억제본공장, 등등 이 군계일학처럼 눈에 들어왔다.
광합성 야구 는 아버지의 서사를 오렌지와 연결한 참신성이, 서부 우회도로는 누룽지 냄새로 그려낸 그리움의 풍경이, 기억제본공장은 책을 제본하듯 기억을 제본해 나가는 상상력이, 등등 은 수직을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표현한 점이 참신했다. 엄마의 등도 햇살도 벽도 수직성으로 어린 것 들을 키워낸다는 발상의 능력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작품들이 일정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울림의 폭이 큰 등등에 손이 갔다. 함께 투고한 작품들에서도 사회적 현상과 문제를 바라보고 새롭게 표현하는 등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소통의 폭이 큰점도 믿음이 갔다. 큰 축하를 보낸다. 큰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당선되지 못한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강대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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