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잠이 읽던 휄더린 송가 > 자작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18
어제
418
최대
3,544
전체
229,741
레몬
  • H
  • HOME 레몬 자작시
자작시

 

뜨거운 잠이 읽던 휄더린 송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황정숙 조회 186회 작성일 2022-01-10 21:10:33 댓글 1

본문

뜨거운 잠이 읽던 휄더린 송가


황정숙


목련꽃을 차로 말리며 뜨거운 잠을 읽는다.

꽃들은 오그라지며 꿈을 꾼다.
한잎 두잎 뒤적거리며 누군가의 기척을 말리는 일.
결국 제 울음을 말리는 일.

바람의 입김에도 나뭇잎은 몸을 떨듯이
늘 마음을 흔드는 시간에는 시곗바늘이 없다.
짧은 봄이 뜨거운 슬픔으로 떠나가곤 했다.

마야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그 풍요의 속살을 감싸던 열기로 살 내음 가득한 허공

북향의 길들을 찾아 나선 꽃들은
오 촉짜리 전구를 하나씩 숨기고 있었다.
봄을 위한 조등이지?
막, 당도하려는 계절을 향해 물었다.

찻잔을 들여다볼 때마다 어느 한 소녀의 비유된 꽃의 형상을 볼 때, 그것은 그 소녀와 똑 닮았다. 우리는 삶을 가지고 있지만, 꽃은 향기를 가지고 있다던 그 슬픈 시인의 삶은 꽃과 봄 사이에만 은유로 읽었다. 길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짧게 뱉는 것처럼 꽃은 가벼워지고 잠은 점점 희미해지고.

나의 꿈은 은유이거나 비유
어느 계절에도 마침표를 찍지 않았기에
휄더린의 송가를 읽던 뜨거운 잠의 목련
그 낱장을 찻잔에 넣고 봄을 우려내는 것이다.



2021 『시로여는세상』 가을호 발표

댓글목록

이창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창민 작성일

쵝오

답변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