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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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허공에다 빗줄기를 흩뿌리듯 국수를 삶는 정오
식구들이 젓가락 짝을 맞추며 식탁 아래서 눈알만 굴리고 있다
너무 오래 돌고 돌아서 아침과 저녁은 닳고 닳아
사각사각 뽕잎 갉는 소리만 고요한 정오
물이 국수를 뽑듯
허기를 무쇠솥에 넣고 휘휘 젓고 있는 정오
할머니가 국수를 젓가락에 둘둘 말고 있다
필사적으로 씹히려고 잇몸으로 들어가는 긴 선들
잇몸으로 힘을 주어도 끊어지지 않는
휘어지고 구겨지고 엉키기만 하는 선들
비가 사각사각 제 소리를 뜯어먹고 있다
오물오물 실처럼 풀려나오는 그 시절을
이 없는 입으로 뚝뚝 끊고 후루룩거리는 정오
불어터진 면발이 퉁퉁 뱃구레만 불리고 있는 정오
식구들이 눈알을 멈추고 실꾸러미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
끈적끈적한 정오가 막 지나고 있다
허공에다 빗줄기를 흩뿌리듯 국수를 삶는 정오
식구들이 젓가락 짝을 맞추며 식탁 아래서 눈알만 굴리고 있다
너무 오래 돌고 돌아서 아침과 저녁은 닳고 닳아
사각사각 뽕잎 갉는 소리만 고요한 정오
물이 국수를 뽑듯
허기를 무쇠솥에 넣고 휘휘 젓고 있는 정오
할머니가 국수를 젓가락에 둘둘 말고 있다
필사적으로 씹히려고 잇몸으로 들어가는 긴 선들
잇몸으로 힘을 주어도 끊어지지 않는
휘어지고 구겨지고 엉키기만 하는 선들
비가 사각사각 제 소리를 뜯어먹고 있다
오물오물 실처럼 풀려나오는 그 시절을
이 없는 입으로 뚝뚝 끊고 후루룩거리는 정오
불어터진 면발이 퉁퉁 뱃구레만 불리고 있는 정오
식구들이 눈알을 멈추고 실꾸러미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
끈적끈적한 정오가 막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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