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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202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넝쿨은 집으로 가요/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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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8회 작성일 2025-01-09 18:53: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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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은 집으로 가요/김지민

꿈이 쳐들어와 며칠째 끌고 가요
뿌리가 박혀 있는 재건축지구로

굴러다니는 벽시계 옆 이불과 옷가지 사이 사하라 장미는 피어 태엽을 작동하고 고양이가 고양이 꼬리를 잡고 무너진 담장을 친친 감아요 마침표를 찍었어도 빈집과 빈집 사이로 길이 지나가요

세발자전거와 두발자전거 사이에 있던 들뜬 목소리
그 소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살고

넝쿨은 집으로 집으로 또 집으로 가요

갈라진 벽으로 들어온 찢어진 햇빛
빛과 함께 살아나는 먼지
벽지에서 헤매다 색을 잃어가는 색연필

메뉴판에서 썩어가는 토마토를 불러와 요리해요
어제와 다름없는 지붕을 만들어요
오르톨랑이 차려진 식탁
먹어본 적 없는 맛이 불러온 우리 집

이곳의 하늘이 가라앉을 동안
그늘이 그늘을 부풀려 발이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과거는 해체되고 있어요

우리만 떠나고

여기엔
아침이 오고 쓰레기도 생기고 꽃이 피고 길이 지나가
고양이는 거실에서 짝짓기를 하고
살아 본 적 없는 세상에서
살아 본 적 없이 사는 것들이
이끼가 나무 의자를 점령한 시간의 길이를 재면서
있어요

우리는 아직도 집으로 집으로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지민 “예측 못한 소나기 같던 ‘당선’… 詩 앞에 늘 겸손할 것”

전국적으로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바람은 회색이었고 올해도 기다리는 소식은 없나보다 하고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자꾸 바깥을 내다봤습니다. 눈을 기다렸는지 아니면 혹시 모를 어떤 소식을 기다렸는지 헷갈리기도 했네요. 아무것도 오지 않았으므로 마음은 점점 휑해졌네요. 페이지는 습관처럼 넘어가고 읽었을 내용이 아득해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과 종일 옥신각신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후 다섯 시, 여느 날처럼 별일 없이 오늘이 가고 있을 때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선은 예측하지 못한 소나기였습니다. 흠뻑 맞으면 시원하면서도 온몸을 누르는 알 듯 말 듯한 무게감, 설레면서도 겁났습니다. 여전히 저는 시가 뭔지를 잘 모르겠는데, 시인이라니 그때부터 머릿속은 흰색이 휘몰아쳤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것들로 마음도 휘청댔습니다.

지금까지 시가 저에게 힘이었듯 앞으로도 힘이 돼 줄 걸 믿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봅니다.

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갑니다. 길게 또는 짧게 가르침을 주셨던 모든 시인께 지면을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 창작 전문가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이승하, 송승언, 하린, 김근, 황인찬, 김성규, 류근, 정홍수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김명철 시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시를 만난 곳이자 최고의 놀이터인 노작홍사용문학관을 빼놓을 수 없네요. 손택수 관장님과 직원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다,시다 동아리 회원들과 중대 문우님들 함께 이 길 걸어줘서 감사해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기쁨을 마음껏 나누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길을 걸을 수 있게 길을 터주신 경인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 몸을 눌렀던 무게를 잊지 않고 시 앞에서 늘 겸손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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