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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202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해감/설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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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7회 작성일 2025-03-03 13:08: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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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감/설현민

새벽 물때다 사촌들과 바지락을 캐러간다
이모를 도와야 했다 엄마, 엄마,
나는 한 번도 이모를 본 적 없는데요
가족이잖니 단숨에 알아차릴 거다

모래사장은 구덩이로 가득하다
저 안에서 움직이는 게 보이니 저기 너희 이모가 있잖아
움직이는 게 너무 많은걸요
네 이모처럼 움직이는 것은 하나뿐이란다
등을 돌려 앉은 엄마는 쇠갈쾡이로 발 밑을 푹푹 퍼 올린다

나는 양동이를 끌어안고 움푹한 바닥을 들여다본다
모래 속에는 모래가 들어 있다

어린 사촌들은 껍데기를 손에 쥐고 땅을 헤집는다
또 다른 껍데기를 주워 자랑한다

바지락을 얼마나 더 캐야 하나요
노인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아직 모자라구나
이모는 왜 그렇게 깊이 파들어 가죠 깊은 곳엔 먹을 게 없잖아요
네가 그렇게 태어났지 모래를 툭툭 털고 너를 꺼냈단다

바지락이 쌓여간다
나는 그것을 씻어 다른 양동이에 옮겨 담는다 빈 껍질을 골라낸다
아이들은 조개껍데기를 묻어 성호를 긋고

너는 어쩌면 이렇게도 다 커버렸구나 이젠 무엇도 몰라보겠구나

검은 천으로 양동이를 덮는다
내 입안에 서걱거리는 것이 들어있다
나는 이모가 엄마를 닮았다고 말했다
이모는 엄마보다 많이 늙어 있었다고

저기 모래를 뱉고 있는 것이 있다
나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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