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저녁의 집/유수진 > 신춘문예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523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70
공모전시
  • H
  • HOME 공모전시 신춘문예
신춘문예

 

[전북일보]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저녁의 집/유수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4회 작성일 2025-03-03 14:13:20 댓글 0

본문

저녁의 집/유수진

아침이라면 모를까
저녁들에겐 다 집이 있다
주황빛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
수줍음이 많거나 아직 야생인 어둠들은
별이나 달에게로 간다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건
다 저녁의 집들이다

한 켤레의 염치가 짝짝이로 돌아왔다
수저 소리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돌아왔다
국철이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설거지를 끝낸 손가락들이
소파 한 끝에 앉아
어린 송아지의 배꼽, 그 언저리를 생각한다

먼지처럼 버석거리는 빛의 내부
어둠과 빛이 한 켤레로 분주하다
저녁의 집에는 온갖 귀가들이 있고
그 끝을 잡고 다시 풀어내는 신발들이 있다

적어도 창문은 하루에 두 번 깜박이니까 예비별의 자격이 있다

깜박이는 것들에겐 누군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매번 돌아오는 관계가 실행하는 수상한 반경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고
스위치를 딸깍, 올리면 집이 된다

별은 광년을 달리고 매일 셀 수 없는 점멸을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도
어수룩한 빛들은
얕은 수면 위로 귀가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