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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21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유실수/차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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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4회 작성일 2025-03-03 14:19: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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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수(有實樹)/차원선

너의 눈 안에는 열매를 맺으려 하는
나무가 있다

너의 눈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저기
소각장에 앉아 있다

자신의 옷을 다 태우고도 헐벗은 너를
보고 있다

멀뚱히 있는 너와 떨어진 잎을 한데 덮는다

앙상해지도록
베고 누웠다

잔향 더미로 만든 모래시계
마른 낙엽을 주워 구덩이로 몰아넣었다

왜 내 얘기를 듣고 있어요?
낯선 사람인가 봐 쓸쓸하다고 하면 데려갈 텐데

그대로 있어요

반딧불이 무리 지어 올리는 온도
올라가는 건물

빈곳은 비어있었던 적이 없고
마지막으로 옮긴 불씨 조각이
다 자란 나무의 잎에 옮겨 붙는다

오랫동안 그를 알았다

열매를 남긴 나무, 앨범에 적히고
눈 안에 마른 씨앗을 품던 자리가 바스러져 날아간다

몇은 땅으로 몇은 모를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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