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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신문] [2025년 오륙도신문 신춘문예]허수아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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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9회 작성일 2025-03-03 14:28: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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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박상철

눈물이 없다고 가슴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마음은 굳건하다
때때로 혼자 뭉게구름을 타고 올라
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바람에 찢긴 누더기
외로움에 부러진 가지를 놓지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팔
새들은 제 세상인 양 집을 짓는다

우거진 수풀 사이
내 겨드랑이는 종달새 집
바람에 기울어진 몸이
몇 몇 새를 쫓지 못하고 동거를 허락한다

오래된 들녘에 덩그러니 나는 버려져 있어
빈 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린다
커튼을 올려도 소식 없는 아이들처럼
나는 독거노인이 되어 저물녘 소멸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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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새롭게 읽히고 공감 가는 수작
                                                      (심사위원 : 이지엽)

신춘문예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새롭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아주 낯설거나 무의미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생경함은 주변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독자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심사위원은 이점에 중점을 두었다.



새롭게 읽히되 무의미하지 않고 공감을 주는 데 성공한 작품. 이런 조건으로 보자면 「허수아비」는 여기에 충일한 작품이다. 우리가 그냥 생각하는 허수아비가 아니다.



“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빈 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리는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로만 읽히지 않는다. 좋은 시가 그렇듯 「허수아비」는 상징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이 되어 소멸을 노래하며 빈들을 일으키는 온정과 진리를 동시에 지닌 존재로 읽힌다.

심사위원은 시대가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이런 해자 (垓字)를 지닌 초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허수아비」를 당선작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그 겨울을 건너는 법」 「샷 추가」 「신발」 「언어를 가두다」 등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겨룬 작품이었지만 아쉽게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였다.

​시적 대상을 안일하게 바라보거나 상상이 비약되는 것은 양극단에 속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행간의 전이(轉移)를 평이하게만 밀고 나가는 것은 신인이 취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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