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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스테이플러 씨/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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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1 23:53: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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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플러 씨/이규정

그는 서류들을 한 코에 제압하고 있다

바람의 두께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이미 꿰인 코는 염기서열을 갖는다
하얀 낱장에 뼈대를 두고 있는 얼굴들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사열되어
제왕에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떤 묶음도 첫 장 머리에서 움직이고
펄럭이는 팔과 다리를 갖게 된다
간혹 흩어질까 묶인 것들끼리 권이 된다
날개를 갖고 있어도
그 손에 한 번 잡히면 그만이다

입이란 하나의 입구
무엇이 채워졌을 때
뜬구름이라도 소화하게 만든다
솜사탕과 뜬구름은 종이 한장의 차이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입에
꽉 물려서 봉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 있다

흐트러진 낱장들을 함구시키며 제압하는
따악, 그 소리

일침으로 조용히 봉할 줄 아는 그는
서류의 제왕이다.

- 국제신문 2019 신춘문예 당선작 기사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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