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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명왕성 유일 전파사/김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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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회 작성일 2025-04-12 00:17: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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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유일 전파사/김향숙

모든 가전엔 명왕성 하나 두둥실 들어있다고 했다 목숨 다하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 몫을 못하는 것이 제명이라고, 별명이 백과사전인 그 사내는 모르는 게 없다 이 빛나는 지구도 저 없으면 돌지 않는다고 사십년 기름때 묻은 공구함을 가리킨다 공구들의 명칭마다엔 알파벳 하나씩 휘어지고 벗겨진 곳곳에 일본식 표현이 살짝 묻어있다

오일마다 망가진 것들이 몰려있는 난전, 배운 적  없는 어깨너머의 기술로 만지작거리면 고장 난 밥솥이 빨간 눈을 켜고, 커피포트 녹음기 선풍기와 마음 고장 심하게 난 이웃까지 불러 앉혀놓고 막걸리 한 잔 따라주면서 다독다독 고친다

십자와 일자, 플러스와 마이너스만 있으면 퇴출당한 명왕성도 거뜬히 고친다고 큰소리치는 명왕성 유일 전파사 그 사내

봄날이어서 수리 마친 가전들

저러다 파란 이파리들 막 돋아날까 걱정스러운데

고친 카세트 들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흥겨운 듯 절절한 트로트가 그 뒤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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