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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2006] 바람 들어 좋은 날/김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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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7회 작성일 2024-09-26 20:27: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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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어 좋은 날/김광희

도마 위에 퍼덕이는 순풍씨는요 한 마리 바다여
입이 댓 발 나온 분녀가 단칼에 기절시키고
바닥만 긴 미주구리* 아랫도릴 올려쳤거든요
성난 파도로 일어서던 비늘이
날 무딘 칼날에 힘없이 쓰러지데요
두터운 파고를 한 숨에 쓰윽 떠냈어요
대추씨 만한 부레
저렇게 작은 꿈 가지고 태양 향해 펄떡였던가 봐요
물컹한 가문에 뼈대라도 세우려는지
발라낸 뼈에서 활시위처럼 탱탱한 시간이 꽉 찼어요
가실 삼켰던지 살 속 깊이 박혔네요
바람 부는 데로 출렁였던 것은 고통의 몸부림이었던가
천 날 만 날 바람 들락였을 허파는 다 녹아 없어지고
참빗 같은 아가미에 그 바람 걸렀던 것 같아요
어딜 쏘다녔던지 얼룩진 상처 비릿한데
바다 깊은 심장 속에서 헤엄치는 분녀
꼬들꼬들 바다를 씹는 달디단 성찬 차려
황홀한 순풍씨, 쇠주 한 잔 받으셔


*미주구리: 물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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