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매일] [2024] 외롭다 사람아/천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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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사람아/천선필
트라이앵글을 두드리면
떨리는 음들이 챙그렁 챙그렁 눈을 뜬다
아파트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나는 창가에서 악보가 없는 음악을 연주한다 트라이앵글의 흰 뼈에서 흘러나온 음들은 외롭다 사람아
인간은 사랑을 이해하는 데 일생을 바치다 슬픔의 대지에 자신을 가두고 혼자 아파하는 음악이 된다 외로움이란 사랑의 장례를 치르는 시간, 이 세상의 악보들은 가장 투명한 눈물로 쓰여진다 내 어머니는 평생 고독을 연주하다 한 줌 재가 되었다
제 몸속에 잠들어 있는 음악이란 없다 내 생의 안쪽에는 아직 울지 못한 음들이 글썽이며 가득 매달려 있다 슬픔을 달래다 고요를 잃어버린 입술처럼 트라이앵글이 차갑게 떨린다
누군가 아파트 창가에 오래 서 있다 환한 방안에 불 꺼진 전등처럼, 내가 만일 당신이라고 부르면 창문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일 것 같아 나는 한쪽 끝이 열려 있는 트라이앵글의 텅 빈 내각에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다
당신의 외로움 위에 내 외로움이 닿을 때까지
나는 밤마다 트라이앵글을 연주한다
[심사평]
새로운 인식과 심미적 표현
해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응모자가 늘어났는데 올 들어 경제 사정 때문인지 응모작이 줄어 들었다. 최종심에 오른 시인은 연지윤, 우길선, 천선필 씨 세 분이었다.
새로운 인식과 상상력, 심미적 언어, 밀도 있는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우길선 「너머의 너」는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잡히지 않는 너를 향해 ~ 떠 있는 것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손을 흔들어 주는 것임을 알았을 때, 나는/ 까치발을 내려놓았다’와 같은 인식과 표현의 평이성이 아쉬웠다.
연지윤의 「사각」 , 「사무실을 돌리다」 그리고 반 지하 그늘에서 수도권을 맴돌며 살아가고 있는 영세민들의 고단한 삶의 궤적을 ‘A4용지 두 장에 압착되어’ 나오는 전출입기록에 비유한 「수도권」은 주제 의식과 표현의 참신성 등이 좋았으나 「수도권」에 ‘가팔랐던 언덕배기 길까지/ 기입되기에는 칸이 좁다’, ‘생활이 나아진다는 건/ 꽉 찬 트럭 위에 남은 짐 덧 싣는 것은 아닐 텐데/ 그 때는 왜 덜어내지 못했을까’ 와 같은 애매한 산문이 섞여 있어 안타까웠다.
이에 비해 천선필의 응모작 네 편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쟁의 심화로 궁지에 내몰린 현대인의 단절감을 ‘트라이앵글의 흰 뼈에서 흘러나온 ~ 악보 없는 음악’ 에 비유, ‘당신의 외로움 위에 내 외로움이 닿을 때까지/ 나는 밤마다 트라이앵글을 연주한다’(「외롭다 사람아」)는 포지티브한 지향성과 ‘내가 만일 당신이라고 부르면 창문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일 것 같아’라는 유려한 문장을 나직한 율조에 그러나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김동수 시인
[당선 소감]
전라매일신문에서 당선 통보 전화를 받고 풀잎 같은 내 외로움의 피부가 파르르 떨렸습니다. 나는 문득 내 외로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안녕! 공원 의자에 나란히 앉아 외로움의 두 손을 잡아줍니다. 고마웠고 또 미안했다고. 감정의 대지에 홀로 너를 가둬두고 아주 먼 곳을 돌고 돌아 이제야 너를 마주 본다고. 사실 나의 외로움에게 가는 길에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이 있었고, 나는 후회하는 나무의 뒷모습처럼 바람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그곳. 모든 것이 지워지는 그곳. 그래서 한 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그곳. 그러나 발자국이 없는 그곳. 새들의 날개가 부러지는 그곳. 그래서, 새들이 다시 태어나는 그곳은 나와 외로움이 함께하는 다정의 세계입니다.
시를 통해 이성적 판단에 너무 물들어버린 제 삶과 감정을 순수한 느낌의 세계로 회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게 시란 하나의 도구이며 미지의 세계와 끝없이 소통할 수 있는 비밀의 문입니다. 지금까지 작은 공간에서 습작 시를 쓰며 힘들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의 외로움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고, 함께 공부한 시냇물 문우들도 많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게 나무와 새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허공의 감정을 알게 해 주신 김두안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학이란 반드시 극복의 관문을 지나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자유의 눈이기에 제게는 이번 당선 소식이 너무나 기쁩니다. 다시 한번 전라매일신문과 노고를 아끼시지 않은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천선필 시인
시인학교 시냇물 동인
중봉조헌문학상 대상
한춘문학상 대상
트라이앵글을 두드리면
떨리는 음들이 챙그렁 챙그렁 눈을 뜬다
아파트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나는 창가에서 악보가 없는 음악을 연주한다 트라이앵글의 흰 뼈에서 흘러나온 음들은 외롭다 사람아
인간은 사랑을 이해하는 데 일생을 바치다 슬픔의 대지에 자신을 가두고 혼자 아파하는 음악이 된다 외로움이란 사랑의 장례를 치르는 시간, 이 세상의 악보들은 가장 투명한 눈물로 쓰여진다 내 어머니는 평생 고독을 연주하다 한 줌 재가 되었다
제 몸속에 잠들어 있는 음악이란 없다 내 생의 안쪽에는 아직 울지 못한 음들이 글썽이며 가득 매달려 있다 슬픔을 달래다 고요를 잃어버린 입술처럼 트라이앵글이 차갑게 떨린다
누군가 아파트 창가에 오래 서 있다 환한 방안에 불 꺼진 전등처럼, 내가 만일 당신이라고 부르면 창문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일 것 같아 나는 한쪽 끝이 열려 있는 트라이앵글의 텅 빈 내각에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다
당신의 외로움 위에 내 외로움이 닿을 때까지
나는 밤마다 트라이앵글을 연주한다
[심사평]
새로운 인식과 심미적 표현
해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응모자가 늘어났는데 올 들어 경제 사정 때문인지 응모작이 줄어 들었다. 최종심에 오른 시인은 연지윤, 우길선, 천선필 씨 세 분이었다.
새로운 인식과 상상력, 심미적 언어, 밀도 있는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우길선 「너머의 너」는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잡히지 않는 너를 향해 ~ 떠 있는 것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손을 흔들어 주는 것임을 알았을 때, 나는/ 까치발을 내려놓았다’와 같은 인식과 표현의 평이성이 아쉬웠다.
연지윤의 「사각」 , 「사무실을 돌리다」 그리고 반 지하 그늘에서 수도권을 맴돌며 살아가고 있는 영세민들의 고단한 삶의 궤적을 ‘A4용지 두 장에 압착되어’ 나오는 전출입기록에 비유한 「수도권」은 주제 의식과 표현의 참신성 등이 좋았으나 「수도권」에 ‘가팔랐던 언덕배기 길까지/ 기입되기에는 칸이 좁다’, ‘생활이 나아진다는 건/ 꽉 찬 트럭 위에 남은 짐 덧 싣는 것은 아닐 텐데/ 그 때는 왜 덜어내지 못했을까’ 와 같은 애매한 산문이 섞여 있어 안타까웠다.
이에 비해 천선필의 응모작 네 편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쟁의 심화로 궁지에 내몰린 현대인의 단절감을 ‘트라이앵글의 흰 뼈에서 흘러나온 ~ 악보 없는 음악’ 에 비유, ‘당신의 외로움 위에 내 외로움이 닿을 때까지/ 나는 밤마다 트라이앵글을 연주한다’(「외롭다 사람아」)는 포지티브한 지향성과 ‘내가 만일 당신이라고 부르면 창문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일 것 같아’라는 유려한 문장을 나직한 율조에 그러나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김동수 시인
[당선 소감]
전라매일신문에서 당선 통보 전화를 받고 풀잎 같은 내 외로움의 피부가 파르르 떨렸습니다. 나는 문득 내 외로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안녕! 공원 의자에 나란히 앉아 외로움의 두 손을 잡아줍니다. 고마웠고 또 미안했다고. 감정의 대지에 홀로 너를 가둬두고 아주 먼 곳을 돌고 돌아 이제야 너를 마주 본다고. 사실 나의 외로움에게 가는 길에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이 있었고, 나는 후회하는 나무의 뒷모습처럼 바람 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그곳. 모든 것이 지워지는 그곳. 그래서 한 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그곳. 그러나 발자국이 없는 그곳. 새들의 날개가 부러지는 그곳. 그래서, 새들이 다시 태어나는 그곳은 나와 외로움이 함께하는 다정의 세계입니다.
시를 통해 이성적 판단에 너무 물들어버린 제 삶과 감정을 순수한 느낌의 세계로 회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게 시란 하나의 도구이며 미지의 세계와 끝없이 소통할 수 있는 비밀의 문입니다. 지금까지 작은 공간에서 습작 시를 쓰며 힘들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의 외로움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고, 함께 공부한 시냇물 문우들도 많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게 나무와 새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허공의 감정을 알게 해 주신 김두안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학이란 반드시 극복의 관문을 지나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자유의 눈이기에 제게는 이번 당선 소식이 너무나 기쁩니다. 다시 한번 전라매일신문과 노고를 아끼시지 않은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천선필 시인
시인학교 시냇물 동인
중봉조헌문학상 대상
한춘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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