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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제주] [2024] 달빛 소반/김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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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7회 작성일 2024-09-26 21:59:12 댓글 0

본문

달빛 소반/김맹선

둥근 허기였다

도마는 시퍼런 칼을 받아낸다

코끝 찡한 마늘과

매운 고춧가루가 스며들어도

도마는
어머니는

뜨거운 맛을 찬물로 부드럽게 넘긴다

물은 차갑거나 어디든 스며드는 식객이었다

도마는
어머니는

​한 번쯤 달빛 속에 숨겨 두었던 칼춤을 추며 날고 싶었을 것이다

받아내는 일
바닥이어서 날고 싶었을 시간

평생 둥글어지는 일로 날개를 펼쳤던

​도마가
어머니가

모든 걸 다 내어 주고도 모자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흘러내린 달빛에
생을 푸신
어머니가
가을바람에 나부낀다

강물로 흘러가신다

​도마 위에
어머니 위에
풍성한 달빛이 넘실거린다


심사평

뉴스N제주 2024년 제4회 신춘문에 공모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대부분 고른 작품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빙하의 눈물', '목각인형', '울럿이', '별층에서', '토마토 파르티잔', '춘천 서씨 윤필이의 출생기', '사물적 사생활로의 탈피', '달빚 소반', '메타폴리즘', '함박꽃' 등 10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라 최종심에 오른 세 편의 작품을 세 명의 심사위원이 난상 토론을 벌여 <달빛 소반>을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이번 신춘문예 본선에 오른 작품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현란한 단어와 문장으로 작가가 보는 현상을 설명하려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나거나 사물과 사건,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사유, 타자화, 의인화를 통한 감정이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일부 시인들 사이에서 실험시를 쓴다고 낯설게 하기 차원에서 새로운 문장과 접근 방식으로 난해하거나 건조한 시를 쓰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는 시의 본질을 왜곡하고 독자들이 시를 외면하는 첫번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비유 상징 이미지라는 시의 정의에 가장 충실하게 작품성을 선보인 시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도 이런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심사를 하고 당선작을 최종 확정하게 되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도마와 어머니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나타내고, 문장을 억지로 난해하게 끌고 가지 않으면서 함축적 간결함과 단아함을 선보인 탄탄한 전개와 감정이입으로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나타내어 감동을 선보인 <달빛 소반>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재를 발굴하고 시적 상상력과 사유, 깊이 있는 관찰과 환유로 빛나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 주목받고 감동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김남권, 양금희


당선소감

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소중하게 보듬겠습니다

​명리학을 하시던 아버지는 올해가 저의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시고 하늘로 가셨습니다. 하늘에서 눈이 펄펄 오는 날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선물 같은 전화를 받는 순간, 심장이 떨리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30년 외식업을 걸어오면서 뼈를 깎는 인생의 수업료로 낼 때 시는 저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큰 나무였습니다. 사랑이고 그늘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시를 읽고 썼고,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 시를 썼습니다. 식당과 펜션을 운영하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와도 시를 쓸 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시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에게 힘이 되어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두운 곳에 불을 밝혀 주시듯, 아낌없는 지도와 가르침을 주신 강대선 선생님께 온 마음으로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함께 시를 공부하고 나눠주신 시 향낭 문우님과 곁에서 시의 마음을 나눠주고 응원해 주신 강진주, 이둘임 시인님께도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묵묵히 옆에서 응원해 준 남편과 용주, 하림에게도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시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 주신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심사위원님과 수고해 주신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저를 선택하여 주신 것은 지금까지 지나온 시의 무거움을 견디고 다시 새롭게 저만의 시 세계를 열어가라는 격려와 응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사랑하고 시와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하늘에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습니다. 저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모든 분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김맹선 시인
1967년 무안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중어 중문학과, 국어 국문학과 졸업, <안정복 문학상>, <등대 문학상> 수상. 현재 (주) 쭈소반, (주)가평 좋은 농부들 펜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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