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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초경-조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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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51회 작성일 2022-03-23 13:36:09 댓글 0

본문

초경
    조성례
             
아직도 하얀 눈이 한 겹옷을 입고 있는데

먼빛으로 보이는 푸름은
풀리지 않은 겨울을 데운다

뿌리들은 발가락을 비벼대며 시근시근
풀무질을 한다
열기가 나뭇가지 끝을 향해
와글와글 뛰어오르며
촘촘히 꽃눈을 매달기 시작했다 마치
발록해지는 아이의 유두처럼
가뭇한 눈을 수줍게 뜨고 밖을 기웃거린다
 
풋풋한 봄을 만드는 저 소녀들에게
쌀쌀한 잔설 속에서 햇살들
꽃망울마다 제 몸 여는 법을 반짝반짝
문장으로 알려주고 있다
다섯 번도 더 겨울을 보낸 목련, 해마다
봄이면 은밀하게 초경을 필사하는 소리
앞다투어 귓가를 속살속살 간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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