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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종이 인형-김애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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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11회 작성일 2022-03-25 16:24: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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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
  김애리샤

그녀는 눈만 동그랗게 뜰 수 있는 폐렴 환자였다
담당 의사는 이 정도면 오려내도 되겠다고 말했다

백지 같은 시트가 깔린 침대 위에서
그녀는 최선을 다해 앏아져 가고 있었다

여러 가닥의 호스가 그녀 몸에 매달려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지만
그녀의 폐는 좀처럼 부풀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점점 얇아져 시트 위 무늬로 굳어 가는 그녀의
몸뚱어리를
세심하게 오려내기로 마음 먹었다
싱싱한 팔과 다리를 붙여 주고 날개옷도 입혀 주기로 했다

‘엄마, 이만하면 됐어 내가 잘 오려서 예쁘게 만들어 줄게
 그러니까 애쓰지 마’

난 의사의 말에 따라 예리한 가위가 되었다
날카로운 입으로 서걱서걱 그녀의 몸뚱어리를
물어 뜯었다
시트 위엔 그녀 대신 검붉은 무늬들이 새겨졌다
생명이 다해 가는 것들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흔적을 남긴다

그녀를 오려낸 자투리 시트를 재빨리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녀를 병실 바닥에 간신히 세우고 춤추게 했다
가느다란 종이 발을 딛고 콜록콜록 흔들리며 춤을 추었다

더 이상 오려낼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인형놀이를 하고 있었다
목과 팔과 다리가 찢어지도록 춤을 추게 그녀를 흔들어 댔다

세상에선 볼 수 없는 구멍이 병실 바닥에 생겨났다
나는 나 때문에 고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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