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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소풍 가는 날-권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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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99회 작성일 2021-10-17 22:51: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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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는 날
    권지영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충무로를 걸었다
청계천의 짙어지는 물속으로 비파나무 졸음이 우거진다
오후의 빗방울은 꽃을 조문하듯 입술에 닿고
먼저 당도한 새들 묻지도 않은 길을 낸다
사랑하는 마음조차
혁명이라고 여기는 늦은 계절
저항을 저버린 이팝나무 꽃잎들이 바닥으로 투신한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시인의 얼굴에서 그의 입술이 겹쳐졌다
우산은 넓은 세상 속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
뚜벅뚜벅 물을 건너뛰고
사사로운 욕망들을 반복해서 흘려보낸다

돌아와 앉으면 비에 젖은 두 눈이
고스란히 어두운 방을 덮고 있다

당신을 사랑해서 슬프지만
고맙다고 안부를 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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