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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

입관식-이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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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69회 작성일 2021-10-17 23:11: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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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식(入棺式)   
    이돈권
                 
어머니를 관에 눕혀 드렸다

팔십팔 세 한평생
오 남매 낳아 오매불망 자식들 잘 되기만을
빌고 빌었던 어머니를 
반 평도 안 되는 목관에 눕혀 드렸다

손수 준비한 삼베옷을 기쁘게 입으시고
막내야, 품이 딱 맞다
그 집 수의는 영판 잘 맞춘당께
막내딸에게 자랑이라도 할 법한데
새 옷 곱게 차려 입으시고
엄숙한 표정으로 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으시다

오 남매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던
손길이 차디차다
굽은 허리로 고추밭 매다가 기운 빠지신 거지
세째 아들놈 등록금 마련하느라
손발 차디차지신 거지
약골 둘째 아들 어미보다 먼저 보낼까
노심초사하셨던 게지

장례지도사가 큰 모자를
어머니께 씌워드린다
머리에는 키 높은 두건, 두 발에는 빨간 버선
온 몸에 붙이는 장식이 화려하다

관 덮고 맏이가 어머니의 이름을
서명하여 봉인하니 세상이 훅 캄캄해진다
순간 어머니도 없고 나도 없다

어머니는 관 속에 누우셨지만
세상은 여전히 온통 어머니 천지다
아버지 야단치시는 어머니 목소리 쟁쟁하시고
명절 때 며느리들 음식 간 잘 맞추라고 성화시다
풀 우거진 텃밭은 여전히 어머니 손길을 찾는다

관 밖에서
여전히 살아 계시는 어머니
오늘도 어머니 웃음소리 세상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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