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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시

 

모두의 밥-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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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0회 작성일 2021-11-19 11:27: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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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밥
  정미경

늑대가 물어온 양(羊)
게르를 허물 듯 양을 허물고
거기 따끈한 난로 옆 같은 내장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수 같은
살점을 다 뜯어먹고 남은
허물다 만 게르 같은
폐허의 골조
옮겨 다니던 먹구름 한 무더기 물끄러미 서있는

 늑대보다 이빨이 작은 여우, 여우보다 시커먼 까마귀, 까마귀보다 여린 햇살, 햇살보다 날렵한 바람, 바람보다 더 귀찮은 파리, 파리보다 빠르고 깊은 봄의 풀꽃들이 숨소리 쓸어내리며 같은 순간을 다르게 꿈꾸듯 배분하여 차례로 뜯어먹고 간 양의 사체는

불쑥, 새털구름을 따라
울란바토르로 떠난 어뜨 자르갈네의
버려진 게르 같은, 빈 밥그릇 같은 뼈와는 달리
거뭇한 구름의 때가 묻은
아직은 흰 털이 민들레 홀씨같이 날리는
여름의 짧은 빗물을 나누어
사계절 쫒고 쫒기는 낭떠러지
광활한 초원은 한 동안 별을 잊고
공복을 버티며 지내야 할 것 같다

-모두의 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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