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봉선화/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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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곽재구
- 박은옥에게
남도 석성 안 마을
김봉길씨 돌각담 고샅길에는
여름 한철 아름다운 우리나라
왼갖 꽃들 다 피었는데
채송화랑 분꽃이랑 맨드라미랑 물봉선이랑
접시꽃이랑 호박꽃이랑 족두리꽃이랑 옥잠화랑
마음 착하고 얼굴 이쁜
우리나라 조선꽃들 다 피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이쁜 건
동무여 그대가 달빛 엮은 목소리로
손톱 끝에 물들인 봉선화꽃이라네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위해
먼 길 떠날 수 있음은 아름다운 일
쾡한 눈빛으로 이웃의 슬픔 곁에
스스로의 육신을 눕힐 수 있음은 더더욱 아름다운 일
동무여 밤 늦게 길을 걷다가
먼 마을의 불빛처럼 귀에 내려앉는
그대의 맑은 목소리
바라보면 아련히 흔들리는
별들의 춤 같기도 하고
세상 밖 오래 떠돌다 잠든
그애의 착한 어깨선 같기도 하고.
- 『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 1995)
- 박은옥에게
남도 석성 안 마을
김봉길씨 돌각담 고샅길에는
여름 한철 아름다운 우리나라
왼갖 꽃들 다 피었는데
채송화랑 분꽃이랑 맨드라미랑 물봉선이랑
접시꽃이랑 호박꽃이랑 족두리꽃이랑 옥잠화랑
마음 착하고 얼굴 이쁜
우리나라 조선꽃들 다 피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이쁜 건
동무여 그대가 달빛 엮은 목소리로
손톱 끝에 물들인 봉선화꽃이라네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위해
먼 길 떠날 수 있음은 아름다운 일
쾡한 눈빛으로 이웃의 슬픔 곁에
스스로의 육신을 눕힐 수 있음은 더더욱 아름다운 일
동무여 밤 늦게 길을 걷다가
먼 마을의 불빛처럼 귀에 내려앉는
그대의 맑은 목소리
바라보면 아련히 흔들리는
별들의 춤 같기도 하고
세상 밖 오래 떠돌다 잠든
그애의 착한 어깨선 같기도 하고.
- 『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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