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압록국민학교/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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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국민학교/곽재구
오리나무 문틀이
삐걱이는 창문을 열면
강바람은 사방에서 정신없이 불어와
우리들의 살과 가슴과 추억을 덮인다
인간과 세상을 더욱 깊게 사랑하는
그 무엇을 배우기 위하여
아이들은 여치 울음과 함께
보리내음 풍기는 교정에 모이고
강변 복사꽃들은 다투어 피어난다
살아 있음이 더이상 가슴 아픈 역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어디서 살구꽃 하나가 날아와
눈썹에 내려앉는다
하찮은 꽃잎 하나가
끝내 이야기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아이들은 더욱 뜨거운 사랑과 추억을
꽃그늘 시린 이 교정에서 배우고 익히리라
뚜우 뚜우 서툰 보리피리 불며
굽어드는 섬진강
압록국민학교.
- 『받들어 꽃』(미래사, 1992)
오리나무 문틀이
삐걱이는 창문을 열면
강바람은 사방에서 정신없이 불어와
우리들의 살과 가슴과 추억을 덮인다
인간과 세상을 더욱 깊게 사랑하는
그 무엇을 배우기 위하여
아이들은 여치 울음과 함께
보리내음 풍기는 교정에 모이고
강변 복사꽃들은 다투어 피어난다
살아 있음이 더이상 가슴 아픈 역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어디서 살구꽃 하나가 날아와
눈썹에 내려앉는다
하찮은 꽃잎 하나가
끝내 이야기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아이들은 더욱 뜨거운 사랑과 추억을
꽃그늘 시린 이 교정에서 배우고 익히리라
뚜우 뚜우 서툰 보리피리 불며
굽어드는 섬진강
압록국민학교.
- 『받들어 꽃』(미래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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