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마령 국민학교/곽재구
페이지 정보
본문
마령 국민학교/곽재구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마령 국민학교에 가자
거기 온 세상 뒤덮은 이팝나무 꽃송이들
바람에 절로 펄럭이니
아득한 그 향기에 지친 몸 눕히자
누이야 잠시 귀기울이면 들리지 않느냐
꽃향기 사이사이 들쑤시는 바람의 몸살 소리
쓰쓰쓰 쓰쓰쓰 싸리울에 스치던
아버지의 지게짐 소리
뒤란 돌아 흐르던 맑은 개울물 소리
꽃 따왔다
꽃 먹어라
고갯길 너머 읍내장 다녀온 어머니
풀죽은 목소리로 빈 광주리 내려놓을 때
쓰쓰쓰 쓰쓰쓰 저녁놀 한가운데 풀어놓은
머슴새 울음 소리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마령 국민학교에 가자
열여덟 푸른 가슴
더럽게 박히던 미싱 소리도 잊고
눈부시게 흰 너의 젖가슴
함부로 구겨넣은 지폐 몇장
낯선 술이름도 잊고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이팝나무 아득한 꽃그늘에
몸을 눕히자.
- 『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 1995)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마령 국민학교에 가자
거기 온 세상 뒤덮은 이팝나무 꽃송이들
바람에 절로 펄럭이니
아득한 그 향기에 지친 몸 눕히자
누이야 잠시 귀기울이면 들리지 않느냐
꽃향기 사이사이 들쑤시는 바람의 몸살 소리
쓰쓰쓰 쓰쓰쓰 싸리울에 스치던
아버지의 지게짐 소리
뒤란 돌아 흐르던 맑은 개울물 소리
꽃 따왔다
꽃 먹어라
고갯길 너머 읍내장 다녀온 어머니
풀죽은 목소리로 빈 광주리 내려놓을 때
쓰쓰쓰 쓰쓰쓰 저녁놀 한가운데 풀어놓은
머슴새 울음 소리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마령 국민학교에 가자
열여덟 푸른 가슴
더럽게 박히던 미싱 소리도 잊고
눈부시게 흰 너의 젖가슴
함부로 구겨넣은 지폐 몇장
낯선 술이름도 잊고
누이야 바람 부는 오월이면
이팝나무 아득한 꽃그늘에
몸을 눕히자.
- 『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 199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