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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한솥밥/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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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14 15:39: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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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문성해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나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달디 달다

-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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