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사과 껍질을 보며/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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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껍질을 보며/정끝별
떨어져 나오는 순간
너를 감싸 안았던
둥그렇게 부풀었던 몸은 어디로 갔을까
반짝이던 살갗의 땀방울은 어디로 갔을까
돌처럼 견고했던 식욕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식탁 모퉁이에서
사과 껍질이 몸을 뒤틀고 있다
살을 놓아버린 곳에서 생은 안쪽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붉은 사과 껍질은
사과의 살을 놓치는 순간 썩어간다
두툼하게 살을 움켜쥔
청춘을 오래 간직하려는 과즙부터 썩어간다
껍질 한끝을 집어 든다
더듬을수록 독한 단내를 풍기는
철렁, 누가 끊었을까 저 긴 기억의 주름
까맣게 시간이 슬고 있다
- 2005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너를 감싸 안았던
둥그렇게 부풀었던 몸은 어디로 갔을까
반짝이던 살갗의 땀방울은 어디로 갔을까
돌처럼 견고했던 식욕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식탁 모퉁이에서
사과 껍질이 몸을 뒤틀고 있다
살을 놓아버린 곳에서 생은 안쪽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붉은 사과 껍질은
사과의 살을 놓치는 순간 썩어간다
두툼하게 살을 움켜쥔
청춘을 오래 간직하려는 과즙부터 썩어간다
껍질 한끝을 집어 든다
더듬을수록 독한 단내를 풍기는
철렁, 누가 끊었을까 저 긴 기억의 주름
까맣게 시간이 슬고 있다
- 2005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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