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 자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91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77
  • H
  • HOME

 

[조창환] 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9회 작성일 2025-04-11 07:38:58 댓글 0

본문

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아직은 이른 봄, 바람 사나운데
찬비 내린 날 아침 노란 산수유꽃들
새앙쥐 같은 눈 뜨고 세상을 본다

연하고 어린 것들 마음 설레게 하여
메마른 가지에 바글바글 붙어 있는
산수유꽃들 시리게 바라본다

세 이레 강아지들 눈 처음 뜨고
마루 밑에서 오글오글 기어나오듯
산수유꽃들도 망울 터뜨리고
새 세상 냄새 맡으러 기어나온다

산수유 마른 가지에 노란 꽃들이
은행나무에 은행 열리듯
다닥다닥 맺혀 눈 뜨는 것을 보면

찬비 그친 봄날 아침, 흐윽 숨 막혀
아득한 하늘 보며 눈감을밖에

- 『피보다 붉은 오후』(문학동네, 20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