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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시집

 

치마의 원주율-김애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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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83회 작성일 2022-01-15 09:16: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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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물비린내와 바람을 압화처럼 담다
“찢어진 조각들을 이어 붙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었어”
 
걷는사람 시인선의 57번째 작품으로 김애리샤 시인의 『치마의 원주율』이 출간되었다. 2018년 첫 시집 『히라이스』를 낸 후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 쓴 ‘시인의 말’은 마치 서시처럼 시의 집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마지막 문장 “나는 나 때문에 고아가 되었다”는 표현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섬(강화)에서 태어나 섬(제주)에서 사는 시인의 이력답게 시집 전반을 넘나드는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문체에는 물비린내가 섞여 있다. 바람 냄새도 물씬 풍긴다. 그래서일까. 시편을 넘길 때마다 눈이 올 것 같고 날개가 돋을 것 같은 상상을 부추긴다.
가령 “모두 쉽게 녹아내리는 가난한 DNA를 가진 눈사람의 자랑스러운 후손들”(「교동에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서란 손바닥 위의 짧은 운명선 같은 것”(「자기장」), “허공처럼 향기로운 무덤”(「덩굴장미처럼 아가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곤/천장 가득 태어나는 꽃송이와/춤추는 파도를 바라보는 일(「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건/기억의 그림자를 주렁주렁 남긴다는 것”(「없다는 것」)이라는 표현들은 시인의 일생을 응축한 압화처럼 매혹적이고, 여기에 예민한 직관력이 더해져 낱낱의 시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시집 『치마의 원주율』에는 첫 시집 『히라이스』에서 보여 준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이어진다. 부모의 부재로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들. 그것은 가난이나 죽음이 불편한 시선처럼 존재하는 삶이었다. 그리하여 이 시집에는 ‘없음’의 상실감을 안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치열하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과거의 비극적인 삶에서 파편화된 고통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으며, 시인은 자신을 거칠고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직은 좀 더 떠돌겠다는 듯 온몸으로 생을 감내하겠다는 듯.
해설을 쓴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김애리샤 시인이 반복적으로 구성해내는 고통의 순간과 그로부터 파생된 존재의 자기염오自己厭惡가 지닌 정동은 유토피아를 상실한 자가 ‘시’라는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결여를 재영토화하려는 수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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