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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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신경림
江邑記 1
강을 향해 통창을 낸 찻집이 새로 생겼다. 날이 꾸물거려 페인트 냄새가 짙은 홀에는 오전 내내 손님이 없다. 중년의 마담이 카운터에 앉아 졸다가 깨어 모차르트를 브람스로 바꿔놓는다. 구름처럼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은 우체국 여직원 둘이 들어와 앉는다. 퇴직 군수가 마담을 불러 앉히고 차 두 잔을 시킨다. 문밖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가 습하다.
돌아오는 길에서 비를 만난다. 추녀 끝에 들어가 긋는다. 메기와 모래무지가 자배기에 가득한 민물생선가게 앞이다. 강비린내가 비에 묻어 퍼진다. 메기를 달아 파는 늙은 주인한테서도 그것을 사는 젊은 여자한테서도 강비린내가 난다. 나는 그 강비린내가 싫어서 빗속으로 달려 나오지만 강비린내는 빗속에서 더 짙다.
『뿔』, 창작과 비평사, 2002
신경림
江邑記 1
강을 향해 통창을 낸 찻집이 새로 생겼다. 날이 꾸물거려 페인트 냄새가 짙은 홀에는 오전 내내 손님이 없다. 중년의 마담이 카운터에 앉아 졸다가 깨어 모차르트를 브람스로 바꿔놓는다. 구름처럼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은 우체국 여직원 둘이 들어와 앉는다. 퇴직 군수가 마담을 불러 앉히고 차 두 잔을 시킨다. 문밖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가 습하다.
돌아오는 길에서 비를 만난다. 추녀 끝에 들어가 긋는다. 메기와 모래무지가 자배기에 가득한 민물생선가게 앞이다. 강비린내가 비에 묻어 퍼진다. 메기를 달아 파는 늙은 주인한테서도 그것을 사는 젊은 여자한테서도 강비린내가 난다. 나는 그 강비린내가 싫어서 빗속으로 달려 나오지만 강비린내는 빗속에서 더 짙다.
『뿔』, 창작과 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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