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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책-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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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69회 작성일 2022-03-25 21:26:59 댓글 0

본문

썩은 책
  길상호

죽은 글자들을 모아놓은 책
나는 오늘 책을 묻었다

굽은 자음과 모음을 펴려고
흙이 된 당신들이 모여들었다

땅이 느릿느릿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빗방울과 눈송이가 번갈아
지워진 나이테를 복원해냈다

당신들이 다녀간 행간,
아픈 단어마다 싹을 틔웠다

책을 묻었다

죽은 글자들을 위해서는
더 깜깜한 죽음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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