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이 논다 - 이정록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58
어제
418
최대
3,544
전체
230,181
레몬
  • H
  • HOME 레몬 추천시
추천시

 

옥상이 논다 - 이정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785회 작성일 2021-11-02 11:22:24 댓글 0

본문

옥상이 논다 / (이정록)

평상이 없다
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
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
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
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키타가 없다
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
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 소리가 없다
모기장을 묶어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
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
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
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
우리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런닝구 속 마른 가슴팍에 포도씨가 없다
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
이마는 어느새 평상처럼 넓어졌나?
가슴속 잡것들은 다시 옥상에 기어올라가려고, 불끈불끈
내 런닝구는 누가 이리도 잡아당겼나?
어떤 싸가지가 수박씨 날리는 거야?
고개 들어 텅 빈 옥상을 두리번두리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