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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밤 까주는 사람 - 박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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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85회 작성일 2021-11-10 11:11:57 댓글 0

본문

생밤 까주는 사람
    박라연

 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 박라연 <생밤 까주는 사람> (문학과지성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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