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백석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14
어제
418
최대
3,544
전체
230,237
레몬
  • H
  • HOME 레몬 추천시
추천시

 

외갓집-백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842회 작성일 2021-12-12 14:45:55 댓글 0

본문

외갓집
  백석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 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족제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 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왓골에 무릿돌*을 던지고 뒤 울안 배나무에 쩨듯하니* 줄등을 헤어 달고 부뚜막의 큰솥 작은 솥을 모조리 뽑아 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 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 씨굴씨굴 : 수두룩하게 많이 들끓어 시끄럽고 수선스런 모양.
* 쇳스럽게 : 카랑카랑하게.
* 무릿돌 : 많은 돌. 길바닥에 널린 잔돌.
* 쩨듯하니 : 환하게.
* 재통 : 변소.
* 잿다리 : 재래식 변소에 걸쳐 놓은 두 개의 나무.

* 모랭이 : 함지 모량의 작은 목기.

* 넘너른히 : 이리저리 제각기 흩어서 널브러뜨려 놓은 모습.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