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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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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95회 작성일 2021-12-23 10:15: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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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백석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궁덜럭궁 색동헝겁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 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침을 뱉고 넘어가면 골 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집에는 언제나 센개 같은 게사니가 벅작궁 고아 내고 말 같은 개들이 떠들썩 짖어 대고 그리고 소거름 내음새 구수한 속에 엇송아지 히물쩍 너들씨는데

 집에는 아배에 삼춘에 오마니에 오마니가 있어서 젖먹이를 마을 청눙 그늘 밑에 삿갓을 씌워 한종일내 뉘어 두고 김을 매러 다녔고 아이들이 큰마누래에 작은마누래에 제구실을 할 때면 종아지물본도 모르고 행길에 아이 송장이 거적때기에 말려 나가면 속으로 얼마나 부러워하였고 그리고 끼때에는 부뚜막에 바가지를 아이들 수대로 주룬히 늘어 놓고 밥 한 덩이 질게 한 술 들여뜨려서는 먹였다는 소리를 언제나 두고 두고 하는데

 일가들이 모두 범같이 무서워하는 이 노큰마니는 구덕살이같이 욱실욱실하는 손자 증손자를 방구석에 들매나무 회초리를 단으로 쪄다 두고 때리고 싸리갱이에 갓진창을 매어 놓고 때리는데

 내가 엄매 등에 업혀 가서 상사말같이 항약에 야기를 쓰면 한창 피는 함박꽃을 밑가지째 꺾어 주고 종대에 달린 제물배도 가지째 쪄 주고 그리고 그 애끼는 게사니 알도 두 손에 쥐어 주곤 하는데

 우리 엄매가 나를 가지는 때 이 노큰마니는 어느 밤 크나큰 범이 한 마리 우리 선산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것을 우리 엄매가 서울서 시집을 온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노큰마니의 당조카의 맏손자로 난 것을 대견하니 알뜰하니 기꺼이 여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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