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최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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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최치언) 시인 등단 작품
흑백사진
최치언
그가 문을 열었을 때
새들은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지
붉게 꽃핀 담장 너머
멀리 공장의 굴뚝 다섯, 하늘을 이고 있었네
그는 손을 들어
잘린 손가락을 들여다 보네
짧게 잘린 마디는 마치 촛농으로 덮어씌운 듯 했지
상처만이 고통을 기억하고 있네
더 이상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남아있는 손가락을 천천히 세어보네
사진 속 친구들의 얼굴도 들여다 보네
붉은 철근더미 위에 앉아
한순간 웃던 얼굴들이 사진 속에선 영원히 웃고 있네
또한 영원히 울고도 있네
눈을 들었을 때
키 큰 순서부터 공장의 굴뚝들은
어둠에 허리를 짤리우고 있었지
이제 그는 창문을 닫네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넣고
빈 새장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네
누군가 와서
그를 잊지 않았다고
모이를 주고 물을 주면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의 집으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부리를 다친 새처럼 그는
가슴에 얼굴을 묻네
문은 밖으로 잠겨있네.
흑백사진
최치언
그가 문을 열었을 때
새들은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지
붉게 꽃핀 담장 너머
멀리 공장의 굴뚝 다섯, 하늘을 이고 있었네
그는 손을 들어
잘린 손가락을 들여다 보네
짧게 잘린 마디는 마치 촛농으로 덮어씌운 듯 했지
상처만이 고통을 기억하고 있네
더 이상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남아있는 손가락을 천천히 세어보네
사진 속 친구들의 얼굴도 들여다 보네
붉은 철근더미 위에 앉아
한순간 웃던 얼굴들이 사진 속에선 영원히 웃고 있네
또한 영원히 울고도 있네
눈을 들었을 때
키 큰 순서부터 공장의 굴뚝들은
어둠에 허리를 짤리우고 있었지
이제 그는 창문을 닫네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넣고
빈 새장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네
누군가 와서
그를 잊지 않았다고
모이를 주고 물을 주면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의 집으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부리를 다친 새처럼 그는
가슴에 얼굴을 묻네
문은 밖으로 잠겨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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