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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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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96회 작성일 2022-01-15 22:38: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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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를 찾다


요동치던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껑을 열면 거기
너무도 고요해진, 반듯한 밥알들

끓어 넘치고 치솟던 설익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든 잘 지어진 밥

까칠한 쌀알들이
반지르르한 한솥밥이 되기까지
가령, 몇억 년 동안 쌓인 사막의 무늬들이나
자세히 보기
물에 씻긴 돌의 생김새 같은
저의 격렬을 저도 종잡지 못한 일을
따라 했을 뿐이다

또는, 반듯한 간격을 맞추어
파랗게 자란 벼포기들이
탈곡이 되고 같은 자루에 동량으로 담기는 동안
바르르 떨다 잠잠해진 저울의 바늘이 함께 들어 있어
더도 덜도 없는 정량,
들쭉날쭉 흐트러진 적이 없다

흔들릴 만큼 흔들린 벼 포기들
털릴 만큼 털려 본 낟알들

갈 만큼 다 걸어가 보고야
능숙하게 제 길을 가거나 돌아오는 답습처럼
그 뒤끝은 저렇게
결 고른 한솥밥이 되는 것이다

이쪽도 넘보고 저쪽도 넘보던
휘청이며 허기진 몸이 그 고요해진 밥을 먹고
제힘을 힘껏 잡는 것이다







올해엔 시 부문 응모작품 수가 적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 많았다.

<도배사>는 여자 도배사의 아슬아슬한 삶과 닮은 작업 과정을 통해 "벽이 꽃그림자 속으로 환하게 스며드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종결어미가 모두 "~다"로 계속 이어지면서 시가 둔탁하고 리듬감이 부족했다.
<어머니 몸 속에는…> 작품은 뼈마디마다 삶의 무게로 점철된 통증들이 신음소리인 비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애정이 잘 담겨져 있다. 다만 응모작 대부분이 시의 주제나 의도와 달리 너무 길어 산만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목수의 딸>은 목수였던 아버지의 삶을 아련하게 반추하고 있다. 목장갑을 빨면서 아버지의 한 생애를 뒤돌아보는 시인의 눈이 따뜻하다. 다만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이 선정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은 <고요를 찾다>였다. 벼 낟알이 쌀이 되고 밥이 되기까지, 하여 고요해지기까지 과정을 그야말로 '반듯하게' 그리고 있다. 잘 익은 따뜻한 밥을 앞에 대하듯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작품 중에 "가령", "또는" 같은 추임새도 시적 긴장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에서도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를 느끼게 하고 있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순원(소설가)·이희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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